홈페이지를 새로 만들 때 접근성 이야기를 꺼내면 대개 이런 반응이 돌아옵니다.
"저희는 공공기관이 아니라서요."
절반만 맞습니다. 공공기관에 더 강한 의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민간 사업자에게 아무 의무도 없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건, 최소선을 지키는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작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근거인가
한국에서 웹 접근성의 근거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이 법은 재화·용역·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둡니다. 웹사이트와 앱은 여기서 말하는 정보 제공 수단에 포함됩니다.
중요한 건 이 의무가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행령은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고, 의료기관·교육기관·복지시설을 비롯한 여러 민간 영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차별 진정이나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②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KWCAG)
국가표준으로, 국제 표준인 WCAG를 한국 상황에 맞게 정리한 것입니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기준이 여기 있습니다.
법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하고, 그 내용을 채우는 게 이 지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상인가
정확한 판단은 법률 자문의 영역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다.
대상이 명확한 쪽
- 공공기관, 지자체, 공기업
- 국공립·사립 교육기관
-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
- 공공기관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자 (발주처가 요구합니다)
대상 여부가 갈리는 쪽
- 일반 기업 홈페이지
- 소규모 쇼핑몰
- 개인 사업자 사이트
두 번째 그룹이라도 "의무가 없다"가 아니라 "적용 범위와 정도가 사안에 따라 판단된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대개 소송이 아니라 다른 경로입니다.
- 공공 입찰에 참여하려는데 접근성 요건을 못 맞춰서 탈락
- 대기업 협력사 심사에서 지적
- 이용자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접수
- 앱 스토어 심사에서 접근성 관련 반려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이런 순간에 급하게 고쳐야 하고, 그때 비용이 몇 배로 붙습니다.
최소선은 생각보다 짧다
전체 지침은 항목이 많지만, 처음 만들 때 챙기면 거의 공짜인 항목들이 있습니다. 이것만 해도 상당 부분이 해결됩니다.
①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
모든 의미 있는 이미지에 그 이미지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텍스트를 넣습니다. 화면을 못 보는 사용자는 이 텍스트를 음성으로 듣습니다.
장식용 이미지는 오히려 비워 두는 게 맞습니다. 모든 이미지에 무조건 설명을 넣으면 소음이 됩니다.
이건 검색 노출에도 그대로 도움이 됩니다. 상세페이지를 이미지로 만들면 검색에 안 잡힌다에서 다룬 문제와 뿌리가 같습니다.
② 글자와 배경의 명도 대비
연한 회색 글씨가 흰 배경에 있으면 잘 안 보입니다. 지침은 본문 기준 4.5:1 이상의 대비를 요구합니다.
디자인 시안 단계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다 만든 뒤에 색을 바꾸면 전체 톤이 무너집니다. 무료 대비 검사 도구가 많으니 시안을 받았을 때 한 번 넣어 보세요.
③ 키보드만으로 조작 가능
마우스 없이 Tab 키로 모든 메뉴와 버튼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눈에 보여야 합니다. 이 "지금 여기" 표시(포커스 테두리)를 디자인상 지저분하다고 없애는 경우가 있는데, 없애면 안 됩니다.
확인 방법: 마우스를 치우고 Tab 키만으로 메인 → 메뉴 → 문의 폼 → 전송까지 가 보세요. 5분이면 됩니다.
④ 폼 입력창에 레이블
입력창 안에만 "이름"이라고 흐리게 적혀 있고 별도 레이블이 없으면, 화면 낭독기가 그 칸이 뭘 위한 건지 읽어 주지 못합니다. 입력을 시작하면 안내 문구가 사라져서 비장애인에게도 불편합니다.
⑤ 영상에 자막
영상을 쓴다면 자막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자동 자막 도구가 정확도가 높아서 검수만 하면 되는 수준입니다.
이 다섯 개는 개발 과정에서 챙기면 추가 공수가 거의 없습니다. 나중에 감사에 걸려서 고치면 화면을 다시 짜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계약서에 넣을 문장
외주로 만든다면 이 한 줄이 있느냐 없느냐가 나중에 큽니다.
접근성 결과물은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KWCAG) 2.2의 A 등급 항목을 충족한다. 검수 시 도구 검사 결과와 키보드 조작 확인 결과를 함께 제출한다.
등급을 명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접근성을 고려한다"는 표현은 검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공공 사업이거나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 웹 접근성 품질인증(WA 인증) 취득까지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증에는 심사 비용과 기간이 별도로 들어가니, 정말 필요한지 먼저 확인하세요. 필요 없는 인증을 요건에 넣으면 견적만 올라갑니다.
지금 우리 사이트를 5분에 점검하기
만들어 둔 사이트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자동 검사 — 크롬 개발자도구(F12) → Lighthouse → Accessibility 항목 실행. 점수와 문제 목록이 나옵니다
- 키보드 — 마우스 없이 Tab으로 주요 흐름 한 바퀴
- 확대 — 브라우저를 200%로 확대했을 때 글자가 잘리거나 겹치지 않는지
- 이미지 끄기 — 이미지가 안 뜨는 상태에서 무슨 페이지인지 알 수 있는지
자동 검사는 만능이 아닙니다. 기계가 잡는 건 전체의 3분의 1 정도이고, 대체 텍스트가 "이미지1"처럼 무의미하게 들어가 있어도 통과합니다. 그래도 시작점으로는 충분합니다.
정리
- 접근성은 공공기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간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편의 제공 의무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대개 소송이 아니라 입찰·협력사 심사·진정입니다.
- 처음부터 챙기면 다섯 개 항목이 거의 공짜입니다. 나중에 고치면 비쌉니다.
- 계약서에 등급을 숫자로 적으세요. "고려한다"는 검수 기준이 아닙니다.
- 지금 F12 → Lighthouse로 5분 만에 현재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
접근성을 지키면 결과적으로 나이 든 이용자, 작은 화면, 느린 네트워크에서도 편해집니다. 대상 인원이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개발자 관점의 실무 체크리스트는 WCAG 2.2 기준 웹 접근성에 별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