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제작 계약서에 거의 빠지지 않는 문장이 있습니다.
디자인 시안 수정은 3회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이 문장 때문에 생기는 다툼도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발주자는 "아직 두 번밖에 안 고쳤다"고 하고, 업체는 "이미 여섯 번째"라고 합니다. 둘 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무엇을 한 번으로 세는지가 서로 달랐을 뿐입니다.
같은 "3회"가 다르게 세어지는 이유
실제로 흔히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 월요일에 대표님이 카톡으로 "로고 좀 크게"
- 화요일에 실무자가 메일로 "버튼 색 바꿔 주세요"
- 수요일에 다른 팀장이 "메인 사진이 좀 어둡네요"
발주자 쪽에서는 이게 한 번의 검토입니다. 같은 시안을 두고 한 주 동안 나온 의견이니까요. 업체 쪽에서는 세 번의 수정 요청입니다. 세 번 파일을 열고, 세 번 고치고, 세 번 보냈으니까요.
그래서 계약서에 필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한 번"의 정의입니다.
"한 번"을 정의하는 문장
가장 다툼이 적은 정의는 이렇습니다.
수정 1회는 발주자가 정리해 전달한 하나의 피드백 문서에 대한 반영을 말한다.
이렇게 정하면 자연스럽게 발주자 쪽에서 의견을 모으게 됩니다. 대표, 실무자, 팀장 의견을 한 문서에 모아 한 번에 보내면 그게 1회입니다. 흩어져서 오면 흩어진 만큼 셉니다.
피드백 문서는 이렇게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스프레드시트나 공유 문서 한 장이면 됩니다.
| 화면 | 위치 | 지금 | 원하는 것 | 이유 | 우선순위 |
|---|---|---|---|---|---|
| 메인 | 첫 화면 사진 | 어두움 | 밝은 톤 | 제품 색이 안 보임 | 필수 |
| 메인 | 상단 로고 | 작음 | 1.5배 | 모바일에서 안 보임 | 필수 |
| 회사 소개 | 연혁 | 표 | 타임라인 | 선호 | 선택 |
이유 칸이 중요합니다. "로고 크게"만 있으면 업체는 로고만 키우지만, "모바일에서 안 보인다"가 있으면 모바일 헤더 전체를 다시 보고 더 나은 답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피드백은 한 사람이 모아서 보냅니다. 창구가 여럿이면 서로 반대되는 요청이 섞여 옵니다.
피드백을 한 줄씩 고쳐 보면
같은 의견도 쓰는 방식에 따라 돌아오는 결과가 다릅니다. 자주 받는 피드백을 고쳐 보면 이렇습니다.
| 이렇게 쓰면 | 업체가 하는 일 | 이렇게 쓰면 더 좋다 |
|---|---|---|
| "좀 더 고급스럽게" | 무엇을 바꿀지 추측해서 이것저것 | "경쟁사 A처럼 여백이 많고 색 수가 적었으면. 지금은 요소가 많아 보임" |
| "색이 별로예요" | 다른 색 세 가지를 그냥 시도 | "파란색이 차가워 보임. 우리 제품은 따뜻한 느낌이라 톤을 올리고 싶음" |
| "메인이 심심해요" | 장식 요소 추가 | "첫 화면에서 무엇을 파는 회사인지 3초 안에 안 보임" |
| "대표님이 싫어하세요" | 이유를 모르니 전부 다시 | "대표님 의견: 사람 사진보다 제품 사진이 앞에 나왔으면" |
오른쪽 칸의 공통점은 문제를 말한다는 겁니다. 해결책("버튼을 빨간색으로")을 지시하는 것보다 문제("버튼이 눈에 안 띈다")를 말하면, 업체가 전문가로서 더 나은 답을 가져올 여지가 생깁니다. 물론 원하는 답이 분명하면 그대로 적어도 됩니다. 다만 그때도 이유를 한 줄 붙이세요.
수정이 끝나지 않는 프로젝트의 신호
아래 중 하나라도 보이면, 수정 횟수를 늘리기보다 잠깐 멈추고 앞 단계로 돌아가는 게 쌉니다.
- 수정할 때마다 이전 수정을 되돌리는 요청이 섞인다 ("지난번 색으로 다시")
- 의견을 내는 사람이 회차마다 늘어난다 (처음엔 실무자, 다음엔 팀장, 그다음엔 대표)
- 피드백이 구체적인 부분에서 전체 느낌으로 옮겨 간다 ("여백 줄여 주세요" → "뭔가 우리 회사 같지 않아요")
세 번째가 특히 위험합니다. 시안 단계에서 "우리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면 방향 합의가 덜 된 겁니다. 그 상태에서 시안을 계속 고치면 횟수만 소진되고 만족은 오지 않습니다. 레퍼런스를 다시 모으고, 결정권자가 직접 "이 느낌"을 골라 확정하는 자리를 한 번 갖는 게 가장 빠릅니다.
수정과 변경을 가르는 선
횟수 다음으로 다투는 지점은 "이건 수정이냐, 새로 하는 거냐"입니다. 계약서에 기준을 적어 두세요.
수정(포함) — 합의한 방향 안에서 다듬는 것
- 색, 글꼴 크기, 여백, 이미지 교체
- 요소 위치 이동, 순서 바꾸기
- 문구 교체
변경(별도) — 합의한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것
- 전체 톤앤매너 교체 ("좀 더 고급스럽게" → 다른 콘셉트)
- 페이지 구조 변경 (섹션 추가·삭제, 메뉴 구조 개편)
- 합의된 페이지 목록에 없던 새 페이지
변경이 나쁜 게 아닙니다. 보다 보니 방향을 바꾸고 싶어지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변경은 추가 비용과 일정이 붙는 게 맞고, 그 절차는 추가 요구를 다루는 변경 절차처럼 서면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단계를 나누면 뒤집힐 일이 줄어든다
수정이 끝없이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보면 대개 메인 시안 한 장에서 모든 걸 정하려고 합니다. 콘셉트, 색, 레이아웃, 사진 톤을 한 장에서 동시에 합의하려니 뭘 바꿔도 다른 게 걸립니다.
단계를 나누세요.
- 방향 합의 — 레퍼런스 사이트 3~5개, 무드보드. "이런 느낌"을 먼저 맞춥니다. 여기서 수정은 싸고 빠릅니다.
- 메인 시안 — 방향 안에서 첫 화면을 그립니다. 수정 2~3회.
- 주요 서브 시안 — 메인에서 정한 규칙을 서브 페이지에 적용합니다. 수정 1~2회.
- 나머지 페이지 — 규칙대로 찍어 냅니다. 개별 수정은 개발 단계에서 함께.
각 단계가 끝날 때 **"이 단계는 확정"**이라고 서면(메일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으로 남기세요. 확정된 단계를 다시 여는 건 변경입니다. 이렇게 하면 3단계에서 "메인 색을 다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와도 무엇이 추가 작업인지 서로 분명합니다.
계약서에 넣을 문장
아래를 과업 범위나 특약에 그대로 넣어도 됩니다.
- 디자인은 방향 합의 → 메인 시안 → 주요 서브 시안 → 전체 페이지 순서로 진행하며, 각 단계 종료 시 발주자의 서면 확정을 받는다.
- 메인 시안은 3회, 주요 서브 시안은 2회의 수정을 포함한다. 수정 1회는 발주자가 정리해 전달한 하나의 피드백 문서에 대한 반영을 말한다.
- 합의된 방향·페이지 구조의 변경과 확정된 단계의 재작업은 포함 범위 밖이며, 수급인은 예상 공수·금액·일정 영향을 회신하고 발주자의 서면 승인 후 착수한다.
- 포함 횟수를 넘는 수정은 회당 ○○원(또는 시간당 ○○원)으로 정산한다.
4번의 단가를 미리 적어 두는 게 의외로 효과가 큽니다. 넘어가면 얼마인지 알면 발주자 쪽에서 피드백을 더 꼼꼼히 모으고, 업체 쪽에서도 "이건 추가입니다"를 말하기 편해집니다.
계약서 전체에서 이 조항 외에 챙길 권리 문제는 웹사이트 제작 계약서의 일곱 조항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정리
- "수정 3회"는 한 번의 정의 없이는 의미가 없다.
- 한 번 = 정리된 피드백 문서 하나. 의견은 한 사람이 모아서 보낸다.
- 피드백에는 이유를 적는다. 더 나은 답이 돌아온다.
- 수정(방향 안에서 다듬기)과 변경(방향 바꾸기)을 계약서에서 가른다.
- 단계를 나누고 단계마다 확정을 남기면 끝없는 수정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