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완료됐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 메시지를 받으면 대부분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눌러 봅니다. 5분쯤 보고 별문제가 없으면 "네,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잔금을 보냅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생깁니다. 2주 뒤에 결제가 안 된다는 고객 전화를 받고, 한 달 뒤에 관리자 화면에서 상품 사진을 못 바꾼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때 연락하면 돌아오는 답은 대개 이렇습니다. "그건 검수 때 말씀 안 하셔서 추가 작업으로 봐야 합니다."
억울하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검수 완료는 "결과물을 받아들였다"는 의사표시고, 그 시점부터 책임의 무게중심이 옮겨갑니다. 그래서 검수는 구경이 아니라 절차여야 합니다.
검수를 못 하는 이유는 실력이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다#
발주자가 검수를 대충 하는 건 개발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에는 확인의 대상도, 합격선도 없습니다. 기준이 없으면 남는 건 인상뿐이고, 인상으로는 나중에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검수 기준은 넘겨받는 날이 아니라 계약할 때 정해야 합니다. 이게 순서의 전부입니다.
계약할 때 문장으로 고정할 것#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세 줄이면 됩니다.
① 검수 기간과 침묵의 의미
검수 기간은 납품일로부터 10영업일로 한다. 기간 내 서면으로 수정 요청이 없으면 검수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
이 조항 자체는 흔하고, 업체 입장에서 필요한 조항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발주자가 이 기간을 모른 채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계약서에서 이 숫자를 찾아 달력에 표시해 두세요. 10일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② 합격선
검수는 별첨 「요구사항 목록」의 필수 항목이 모두 동작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여기서 별첨이 없으면 이 문장은 빈 껍데기입니다. 요구사항 목록이 없다면 만들어서 붙여야 하고, 그건 발주 단계에서 이미 정리돼 있어야 할 문서입니다. (견적 요청서 만들기에서 만드는 문서를 그대로 별첨으로 쓸 수 있습니다.)
③ 하자보수 기간의 시작점
하자보수 기간은 검수 완료일로부터 12개월로 한다.
시작점을 "납품일"로 쓸지 "검수 완료일"로 쓸지에 따라 실제 보증 기간이 몇 주 차이 납니다. 검수 완료일 기준이 발주자에게 유리합니다.
넘겨받는 날, 30분짜리 확인 목록#
기준을 정했다면 이제 실제로 돌려볼 차례입니다. 순서대로 하면 30분이면 됩니다.
1. 진짜 데이터로 한 바퀴 (10분)#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자주 빠집니다. 방문자가 실제로 하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해 보세요.
- 쇼핑몰이면: 상품 검색 → 장바구니 → 주문 → 실제 카드로 결제 → 주문 내역 확인 → 취소·환불
- 예약 사이트면: 날짜 선택 → 예약 → 확인 문자 수신 → 예약 변경 → 취소
- 회사 홈페이지면: 문의 폼 작성 → 전송 → 회사 메일함에 실제로 도착하는지 확인
결제는 테스트 결제가 아니라 실결제로 한 번은 해봐야 합니다. 테스트 환경에서만 되고 실환경에서 안 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하나 만들어서 결제해 보고 환불까지 돌리세요.
문의 폼은 스팸함까지 확인하세요. 메일이 발송은 되는데 스팸으로 분류되는 상태로 넘어오는 일이 흔합니다.
2. 내 폰으로 (5분)#
PC 브라우저 창을 줄여 보는 게 아니라 실제 휴대폰으로 봐야 합니다. 창 줄이기로는 안 잡히는 게 있습니다.
- 글자가 잘리거나 버튼이 화면 밖으로 나가지 않는지
- 입력창을 눌렀을 때 키보드가 올라오면서 버튼을 가리지 않는지
- 이미지가 너무 무거워서 로딩이 오래 걸리지 않는지
가능하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하나씩 보세요. 직원 폰을 빌려도 됩니다.
3. 관리자 화면에서 직접 고쳐 보기 (10분)#
여기가 검수의 진짜 분기점입니다. 앞으로 내가 직접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것을 실제로 바꿔 보세요.
- 메인 배너 이미지를 다른 사진으로 교체
- 회사 소개 문구 한 줄 수정
- 상품(또는 게시글) 하나 추가하고 삭제
- 문의 알림을 받을 메일 주소 변경
여기서 "그건 저희한테 요청하시면 됩니다"라는 답이 나오면, 그건 앞으로 매번 비용이 든다는 뜻입니다. 지금 확인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직접 되고 어디부터 요청해야 하는지, 그 선을 넘겨받는 날 알아야 나중에 예산을 세울 수 있습니다.
4. 계정과 소스 (5분)#
넘겨받아야 하는 것들이 실제로 내 손에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건 별도로 정리한 인수 목록이 있으니 그쪽을 함께 보시면 됩니다. 최소한 이 네 가지는 검수일에 확인하세요.
- 도메인 소유자 명의가 우리 회사로 되어 있는가
- 호스팅·서버 계정에 내가 직접 로그인되는가
- 소스 코드를 받았거나, 최소한 어디에 있고 어떻게 받는지 아는가
- 관리자 최고 권한 계정이 내 계정인가 (업체 계정만 있으면 안 됩니다)
발견한 걸 전달하는 방법#
여기가 마지막이자 자주 망가지는 지점입니다. 카카오톡으로 "여기 좀 이상해요"를 열 번 보내면 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한 번에, 문서로, 번호를 붙여서 보내세요.
검수 의견 (2026-09-06)
[필수 - 검수 조건]
1. 결제 후 주문 내역 페이지에서 주문이 안 보임
- 재현: 카드 결제 완료 → 마이페이지 → 주문내역
- 기대: 방금 주문이 목록에 표시
2. 문의 폼 메일이 스팸함으로 들어감
[요청 - 협의 필요]
3. 메인 배너 글자 크기가 폰에서 작음
4. 상품 정렬 순서를 관리자에서 바꾸고 싶음
[필수]와 [요청]을 나누는 것이 핵심입니다. 필수는 계약 범위 안이라 고쳐야 하는 것이고, 요청은 범위 밖이라 협의 대상입니다. 이걸 섞어서 보내면 업체는 전부를 추가 작업으로 보려 하고, 발주자는 전부를 당연한 수정으로 봅니다. 그 다툼이 프로젝트 막판을 잡아먹습니다.
구분이 애매하면 요구사항 목록을 펴 놓고 대조하세요. 목록에 있으면 필수, 없으면 요청입니다.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검수 완료를 서면으로 남기기#
의견이 반영되고 문제가 없으면, 그때 검수 완료를 글로 남기세요. 메일이면 충분합니다.
2026년 9월 20일자로 검수 의견 1~2번이 모두 반영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검수 완료로 처리합니다. 하자보수 기간은 오늘부터 12개월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꼭 넣으세요. 하자보수 기간의 시작일을 양쪽이 같은 날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한 줄입니다. 나중에 장애가 났을 때 이 한 줄이 무상 대응과 유상 대응을 가릅니다.
정리#
검수를 잘하는 데 개발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순서입니다.
- 계약할 때 검수 기간·합격선·하자보수 시작점을 문장으로 고정
- 넘겨받는 날 실데이터 한 바퀴 → 내 폰 → 관리자에서 직접 수정 → 계정·소스
- 의견은 한 번에, 번호 붙여, [필수]와 [요청]을 나눠서
- 완료는 서면으로, 하자보수 시작일을 명시해서
5분 구경하고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것과 이 순서를 따르는 것의 차이는, 6개월 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비용을 내느냐입니다.
넘겨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하려면 홈페이지를 넘겨받을 때 내 손에 남아야 하는 것을, 검수 이후 유지보수 범위를 정하려면 홈페이지 유지보수, 월 얼마가 정상인가를 함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