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견적서를 받으면 금액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게 지급 조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한 줄로 적혀 있습니다.
계약금 50%, 잔금 50%
숫자만 보면 반반이라 공평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한 줄에는 누가 얼마나 위험을 지는가가 통째로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발주자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대금 구조가 결국 위험 분담이다
외주 계약에는 양쪽 모두에게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 발주자 걱정: 돈을 먼저 줬는데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결과물이 기대와 다르거나, 업체가 사라지는 것
- 업체 걱정: 몇 달 일했는데 발주자가 트집을 잡으며 잔금을 안 주거나, 프로젝트가 중간에 엎어지는 것
대금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이 두 걱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찍는 일입니다. 선금이 클수록 발주자 위험이 커지고, 잔금이 클수록 업체 위험이 커집니다.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구조는 결국 그쪽이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그게 프로젝트 진행 속도로 나타납니다.
3분할이 기본형인 이유
실무에서 가장 무난한 형태는 3분할입니다.
| 단계 | 비율 | 지급 시점 |
|---|---|---|
| 계약금 | 30% | 계약 체결 시 |
| 중도금 | 40% | 주요 기능 개발 완료 시 |
| 잔금 | 30% | 검수 완료 후 |
이 구조가 좋은 이유는 중간에 확인하고 멈출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2분할(50:50)에서는 계약 후 잔금 지급까지 확인 지점이 없습니다.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못 본 채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나온 결과물을 놓고 받아들일지 말지를 한 번에 결정해야 합니다. 그 시점에는 이미 절반을 냈으니 물러서기도 어렵습니다.
3분할에서는 중도금 시점에 한 번 실물을 봅니다. 여기서 방향이 어긋난 게 보이면 그때 조정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30%만 손실 보고 멈출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3개월을 넘거나 금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4분할(20:30:30:20)로 더 잘게 나누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확인 지점이 많을수록 어긋남이 일찍 발견됩니다.
비율보다 중요한 건 지급 조건의 문장
여기가 진짜입니다. 많은 계약서가 지급 시점을 날짜로 씁니다.
중도금: 계약일로부터 45일 이내 지급
이러면 45일째에 무엇이 나와 있든 돈을 줘야 합니다. 진도가 전혀 안 나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급 조건을 날짜에 걸면 대금이 진행 상황과 무관해지고, 그 순간 대금 분할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조건은 결과물에 걸어야 합니다.
중도금: 아래 항목이 시연 가능한 상태로 확인된 날로부터 7일 이내 지급
- 회원가입·로그인
- 상품 목록 및 상세 화면
- 장바구니 담기
"시연 가능한 상태"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개발 완료"는 해석의 여지가 크지만, 화면을 켜서 눌러 볼 수 있느냐는 다툼의 여지가 적습니다.
이 방식은 업체에게도 나쁘지 않습니다. 조건이 명확하면 그걸 맞췄을 때 대금을 확실히 받을 수 있고,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는 소모적인 대화가 줄어듭니다.
잔금은 "검수 완료 후"로
잔금 조건에서 자주 보이는 문장이 이겁니다.
잔금: 납품일로부터 7일 이내 지급
이러면 검수 기간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납품받고 7일 안에 돈을 줘야 하니, 문제를 발견하기도 전에 지급이 끝납니다.
잔금: 검수 완료 후 7일 이내 지급
이 한 단어 차이가 검수를 실질적으로 만듭니다. 검수 절차와 기간은 납품받을 때 뭘 확인해야 하나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잔금 비율은 20%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잔금이 10%면 업체 입장에서 마지막 수정 요청에 대응할 유인이 약해집니다. 남은 돈이 적을수록 마무리가 흐려지는 건 사람의 일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선금이 큰 게 항상 나쁜 건 아니다
선금 50%를 요구한다고 무조건 의심할 일은 아닙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초기 비용이 실제로 크게 드는 경우: 유료 솔루션 라이선스를 먼저 사야 하거나, 디자인 외주를 별도로 줘야 하는 구조
- 소규모 팀·1인 개발자: 다른 일을 접고 이 프로젝트에 붙어야 하는데 운영 자금이 얇은 경우
- 금액이 작은 프로젝트: 300만원짜리를 3분할하면 관리 비용이 더 큽니다
물어보면 됩니다. "선금 비중이 높은 이유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이 오면 문제없고, 얼버무리면 그게 신호입니다.
반대로 선금 없이 시작하겠다는 제안도 경계할 만합니다. 통상 그 비용은 어딘가에 붙어 있고, 대개는 나중에 협상력이 사라진 시점에 나타납니다.
계좌 명의를 확인하세요
작지만 놓치면 크게 다치는 항목입니다. 대금을 보내는 계좌가 계약 당사자 명의인지 확인하세요.
법인과 계약했는데 대표 개인 계좌로 보내라고 하면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회사가 받은 돈"인지 "개인이 받은 돈"인지가 흐려지고, 세금계산서 처리도 어긋납니다.
세금계산서는 대금 지급마다 받아 두세요. 부가세 신고 때 필요하기도 하지만, 지급 사실을 남기는 가장 확실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가 중간에 멈추면
계약서에 이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없으면 넣자고 하는 게 좋습니다.
발주자의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해지 시점까지 수행된 작업량에 따라 정산한다. 수행된 작업의 결과물은 발주자에게 인도한다.
"결과물을 인도한다" 이 뒤 문장이 핵심입니다. 이게 없으면 절반쯤 만들어진 것에 대해 대금은 정산했는데 소스는 못 받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러면 다른 업체에 이어서 맡기지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정리
| 확인할 것 | 좋은 형태 | 위험한 형태 |
|---|---|---|
| 분할 수 | 3분할 이상 | 2분할(50:50) |
| 계약금 | 30~40% | 50% 초과 (이유 확인) |
| 중도금 조건 | 시연 가능한 결과물 | 계약일로부터 N일 |
| 잔금 조건 | 검수 완료 후 N일 | 납품 후 N일 |
| 잔금 비율 | 20~30% | 10% 이하 |
| 계좌 | 계약 당사자 명의 | 대표 개인 계좌 |
| 중도 해지 | 정산 + 결과물 인도 | 조항 없음 |
대금 구조를 조정하자고 하면 까다로운 발주자로 보일까 걱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화를 편하게 받아 주는 업체가 대체로 일하는 방식도 명확합니다. 조건을 문장으로 정하자는 제안을 불편해하는 쪽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판단 재료입니다.
계약서의 다른 조항이 궁금하면 웹사이트 제작 계약서의 권리 다발 문제를, 견적 금액 자체를 비교하는 방법은 같은 요구사항인데 견적이 세 배로 갈리는 이유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