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법 목록은 많지만, 대부분 "이런 것도 된다" 수준에서 끝납니다. 이 글은 반대로 "1년 넘게 써 보니 무엇이 남았는가" 로 골랐습니다. 처음 석 달은 스무 가지 넘게 시도했고, 지금 일상에서 꾸준히 쓰는 것은 아래 열 가지입니다. 각 항목에 실제 요청 방식과 틀리는 지점을 같이 적었고, 끝에 금방 그만둔 활용법도 이유와 함께 넣었습니다.
도구는 ChatGPT 와 Claude 를 번갈아 썼고, 어느 쪽이든 아래 방법은 같습니다.
1. 메일·메시지 다듬기#
가장 자주 쓰고 가장 효과가 확실한 용도입니다. 초안은 내가 쓰고, 톤과 길이만 맡깁니다.
아래 초안을 다듬어 주세요. 받는 사람은 처음 연락하는 거래처 담당자, 목적은 일정 조율. 사과는 한 번만, 세 문장 안으로.
(초안 붙여 넣기)
틀리는 지점. 조건을 안 적으면 사과를 세 번 넣고 길이가 두 배가 됩니다. "사과 한 번", "세 문장" 처럼 숫자로 조건을 걸어야 합니다. 초안 없이 "거래처에 보낼 메일 써 줘" 라고 하면 누구에게 보내도 되는 뻔한 글이 나옵니다.
2. 외국어 문서 읽기#
번역보다 "요약하고 모르는 표현 설명" 이 쓸모 있습니다.
이 영문 계약 조항을 한국어로 요약하고, 일상 표현과 다른 법률 용어 3개를 골라 뜻을 설명해 주세요.
틀리는 지점. 숫자와 날짜를 가끔 바꿉니다. 금액·기한이 있는 문서는 원문과 대조합니다. 번역문을 그대로 상대에게 보내는 용도로는 쓰지 않습니다.
3. 회의 메모를 회의록으로#
회의 중에 적은 단편 메모를 넣고 결정·할 일·미결로 나눠 달라고 합니다.
아래는 회의 중에 적은 메모입니다. "결정된 것 / 할 일(담당·기한) / 아직 안 정해진 것" 세 묶음으로 정리해 주세요. 메모에 없는 담당자나 기한은 지어내지 말고 "미정" 으로 두세요.
틀리는 지점. "지어내지 말라" 를 안 적으면 담당자를 그럴듯하게 채워 넣습니다. 회의록에서 제일 위험한 실수라, 이 한 줄은 꼭 넣습니다. 이 용도로 전용 비서를 만드는 방법은 AI 회의록 정리 비서 만들기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4. 에러 메시지 해석#
코드를 직접 짜지 않더라도 엑셀 수식 오류, 프로그램 설치 오류, 설정 화면의 영어 경고를 붙여 넣고 물어보는 용도입니다.
아래 오류가 떴습니다. 무슨 뜻인지 한 문장으로, 가장 흔한 원인 3개를 확률 높은 순으로, 각각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오류 메시지)
틀리는 지점.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는 답은 틀릴 때가 많습니다. "3개를 순서대로" 라고 요청하면 맞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5. 냉장고 재료로 요리#
의외로 꾸준히 쓰는 용도입니다. 재료와 제약을 적으면 됩니다.
있는 재료: 두부 반 모, 계란 2개, 대파, 김치. 20분 안에, 불은 하나만 쓰고, 설거지 적게. 두 가지 추천하고 각각 조리 순서를 적어 주세요.
틀리는 지점. 조리 시간과 간은 평균적인 레시피 기준이라 실제와 다릅니다. 처음 하는 요리는 간을 절반만 넣고 맛보며 맞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6. 운동 루틴 짜기#
목표와 제약을 적고 주 단위 표를 받습니다. 매번 새로 짜지 않고 "지난주 루틴에서 어깨 운동만 바꿔 줘" 식으로 이어 갑니다.
틀리는 지점. 통증이나 부상이 있는 경우의 운동 추천은 믿지 않습니다. 건강 관련 판단은 전문가에게 묻고, AI 는 일정 표 만드는 데만 씁니다.
7. 공부 계획과 설명 받기#
새 분야를 배울 때 "5살에게 설명하듯" 보다 "내가 이미 아는 ○○에 비유해서" 가 효과가 좋았습니다.
RAG 가 무엇인지, 제가 아는 "도서관에서 책 찾아 요약하기" 에 비유해서 설명해 주세요. 비유가 안 맞는 부분도 짚어 주세요.
틀리는 지점. 비유가 과하게 단순화돼 틀린 이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유가 안 맞는 부분" 을 같이 요청하면 그 위험이 줄어듭니다.
8. 글 초안의 구조 잡기#
글을 대신 쓰게 하지 않고, 내가 쓴 거친 메모를 넣고 "순서와 빠진 것" 만 받습니다.
아래 메모로 블로그 글을 쓰려고 합니다. 소제목 순서를 제안하고, 독자가 물어볼 텐데 메모에 답이 없는 질문 3개를 적어 주세요. 본문은 쓰지 마세요.
틀리는 지점. 본문까지 쓰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나옵니다. 구조와 빠진 질문만 받고 본문은 직접 씁니다. 이 글도 그렇게 썼습니다.
9. 엑셀 데이터에 질문하기#
표를 붙여 넣고 "이 중에서 지난달보다 줄어든 항목만" 같은 질문을 합니다. 파일 업로드를 지원하는 도구면 더 편합니다.
틀리는 지점. 합계와 평균을 가끔 틀립니다. 숫자 결과는 엑셀에서 한 번 더 확인하고, AI 는 "어디를 봐야 하는지" 찾는 용도로 씁니다.
10. 결정 전에 전제 점검#
"A 와 B 중 뭐가 나아?" 가 아니라 "내 판단의 전제를 짚어 달라" 고 요청합니다.
외주를 줄이고 자체 제품에 집중할까 고민입니다. 제 생각은 (…) 입니다. 결론을 내리지 말고, 제가 전제로 깔고 있는 것 3가지와 그중 틀릴 수 있는 것을 짚어 주세요.
틀리는 지점. "결론을 내리지 말라" 를 안 적으면 바로 추천을 합니다. 그 추천은 내 상황을 모르는 일반론이라 쓸모가 없습니다.
금방 그만둔 활용법과 이유#
- 여행 일정 통째로 짜기. 일정표는 나오지만 영업시간·휴무일·이동 시간이 틀려서 결국 다 확인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가 볼 만한 곳 후보 10개" 까지만 받고 일정은 직접 짭니다.
- 선물 추천. 추천 목록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난한 것들이라 참고가 안 됐습니다.
- 뉴스 요약으로 세상 따라가기. 요약은 되지만 출처와 날짜가 섞여서 오히려 혼란스러웠습니다.
- 소설·시 쓰기. 재미는 있었지만 꾸준히 쓸 이유가 없었습니다.
공통점은 "사실이 중요하거나 내 취향이 중요한 일" 입니다. AI 는 둘 다 모릅니다.
쓸 때 지키는 세 가지#
- 개인정보와 회사 기밀은 넣지 않습니다. 이름은 가명으로, 금액은 범위로 바꿔 넣어도 답의 질은 같습니다.
- 숫자·날짜·법령은 반드시 확인합니다. AI 는 틀릴 때도 자신 있게 말합니다.
- 결과물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메일이든 글이든 마지막 문장은 내가 고칩니다. 그래야 내 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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